이전 기록 문학으로 먼저 만났던 저자를 이번에는 잠을 소재로 한 소설을 통해서 만나게 되었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여성은 이야기가 시작하자마자 잠을 자지 못한다. 잠을 불면증과 같이 못 자면서 병을 얻은 것과는 달리 주인공은 잠을 자지 않아도 생물학적으로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즉,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이렇게 처음 잠이 달아난 당시 주인공은 이상하고도 무서운 꿈을 꾼다. 위태롭게 꿈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을 때쯤, 발밑에 검은 그림자의 형태가 보인다. 그것은 점점 다가오고, 정체는 바로 검은색 옷을 바짝 입은 노인이었다. 노인은 그녀를 가만히 쳐다보다 이내 주전자를 들어 아무도 모르는 물(?)을 주인공의 발치에 계속 뿌린다. 계속 물을 맞다가 주인공은 비명을 지르며 깨어난다. 이후 정신이 말짱한 채로 주인공은 잠을 자지 않고 일상생활을 계속한다.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고등학생 때 읽다 만 <안나 카레니나>라는 책을 집중하여 읽고 싶어 한다는 점 그리고 안 먹던 달콤한 초콜릿과 술을 먹는다는 점 등이 있다. 의식이 계속 깨어있는 주인공은 일상생활도 아무 문제없이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상태로 이어간다. 평소처럼 아침을 준비한 뒤 크림색 블루버드를 타고 떠나는 남편과 아이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와서 책을 읽거나 장을 보며 오전을 보낸다. 점심을 준비하고 오후는 책을 읽거나 수영 혹은 일처리를 한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저녁을 준비하고 돌아오는 아이를 맞이하고, 식사하고 다시 책을 읽으며 저녁을 보낸다. 잠 못 자는 끊임없는 각성의 일주일 차 그녀는 먼저 주변을 함께 관찰하기 시작했다. 연애 초창기에만 바라보던 남편의 얼굴을 관찰하며 생각하기도 하고 수영을 통해 군살이 전혀 없는 그녀 자신의 몸의 선을 관찰하기도 한다. 각성 이주일 차 그녀는 점점 이유와 개념에 대해서 생각을 한다. ‘나는 왜 계속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인가?’, ‘휴식이란, 잠이란 과연 무엇인가?’, ‘필요한가?’, ‘나의 삶의 경향성? 존재의 기반은?’. 생각을 마친 뒤 여성은 생각한다. 잠을 못 자게 된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24시간의 시간을 온전히 자신을 위해 사용하기로. 잠을 못 자게 된 지 17일째 되던 날, 마침내 그녀는 눈을 감았을 때의 칠흑 같은 어둠을 통해(각성한 암흑) 죽음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생각을 마친 후 잔에 남아 있던 브렌디를 단숨에 들이키고 야밤의 산책을 나가기 위해 준비한다. 마침내 도착한 항구, 한참을 핸들에 양손을 얹은 채 눈을 꼭 감고 있다가 인기척에 눈을 뜨니 차 양 쪽에 사람이 서 있다. 창문을 두드리거나 차를 계속해서 좌우로 흔드는 행동에 그녀는 패닉하고 ‘차를 뒤집을 거야!’하고 생각하며 책은 마무리를 짓는다.
먼저 결말이 이야기를 쓰다가 갑자기 중단한 것처럼 뚝 끊겨 당황했다. 마치 17일간의 각성이 일순간 풀리고 의식이 사라진 것처럼 그러하다. 후기를 통해 저자가 한동안 소설을 쓰지 못하다가 로마에서의 한 철 휴식을 보내고 쓴 소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저자가 작품이 한참 쓰이지 않아 불면증을 앓고 있을 때 이 책을 썼을 수도 있겠다고 추측했다. 밤을 새워야 할 때 이 책의 대부분을 읽었는데, 잠을 떨치며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나도 주인공처럼 잠이 없었으면 좋겠다.’였다. 잠을 깨고 싶다는 생각이 커서 그러하였고 두 번째 드는 생각은 휴식을 취하는 다음 날을 위한 잠을 충분히 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소설 속 주인공이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공황과 철학적(독자인 내가 이러한 생각을 잘 하지 않기에)인 혼란을 겪고 싶지 않기에 그렇게 생각하였다.
내 별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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