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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책> 언어의 온도 - 이기주

, 그리고 행동의 아름다움과 그 따뜻하고 차가움을 잘 녹여낸 책 <언어의 온도>이다. 작가는 자신의 일상 속에서 발견한 의미 있는 단어, , 언어들의 온도를 표현하고자 한다. 일상 속 풍경을 그려주기도 하고, 때로는 언어의 유래와 의미를 분석, 조각하여 탐닉하기도 한다. 그 속에서 우리는 온도를 느끼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처음 느끼게 되었던 건, 한글이 참 대단하다는 것이다. 얼핏 비슷해 보이는 단어, 문장이라도 점 하나, 조사 하나만 다르다면 그 내용도 또한 순식간에 달라진다. 이 이로움이 온도라는 것의 높낮이를 확 늘리게 되었구나! 또 급변할 수 있게 만들었구나! 심히 느끼게 되었다. 그 다양성이 상당히 크구나 싶었다.

 


 

한 일상을 예로 들자면 전철에 노부부가 타고 계셨다. 할아버지는 휴대폰 DMB를 통해 뉴스를 시청하고 계셨는데, 부분들이 끝날 때마다 추임새를 넣으시며 시청하고 계셨다. 사람들로 붐비는 전철 안은 덕분에 뉴스 소리와 추임새 소리로 가득 차게 된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할머니는 할아버지 손등 위에 손을 살포시 얹으시며 말씀하신다.

 

여보, 사람들 많으니까 이어폰 끼고 보세요.”

 

여기까지 읽고 할아버지의 반응, 답을 예상해 보았었다. 처음 예상은 알겠어요.”, “그럴게요.” 등의 단순한 답변만을 통한 대화였다. 어떻게 하면 더 따뜻할까, 은은한 온도가 유지될까 싶었다. 할아버지의 대답은

 

알겠어요. 당신 말 들을게요.”

 

이셨고 이어 행동을 취하셨다. 별 큰 의미나 수식어구가 아닌 그저 하나의 다른 표현이 내 마음속에 길게 남기 시작한 것이 내가 책의 이 부분을 읽고 나서였던 것 같다. 이 책이 표현하고자 하는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 느낄 때 우린 행복하다.’라는 말을 이런 부분에서와 또 우리가 느끼는 단어의 유래나 어원을 파악할 때 등등 알 수 있어 좋았다.

 


 

단어 부분에서 생각나는 건 사람, 사랑, 삶 자체가 글자 상으로 매우 가까워서 저자가

 

사람이 사랑을 이루면서 살아가는 것, 그게 바로 삶이 아닐까?”

 

라는 말을 한 것이다. 어린애 말장난 같기도 하고 또는 라이믹한 부분인데 진리의 느낌이랄까. 그 자체로 맞는 말 같은. 이런 말들을 생각한다는 것이 되게 신선하고 연륜(?)은 아니고 경험이 많은(?) 넓은 느낌이었다. 그런 느낌들을 곱씹으며 다시 생각해보는 것, 아니, 보게 되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따뜻해지고 싶어 질 때 혹은 차가웠던 나를 되돌아보고자 할 때.

 


 

이런 말들이 진리라고 표현은 했지만, 불변이 아니기도 하고 오류가 있기에 이런 말을 하면서 담으면서만 할 수는 없다. 삶이라는 틀에서 그 형태인 습관이라는 것이 좀처럼 쉽사리 바뀌는 것은 아니기에. 나도 평소에 되게 따뜻한 편의 이미지가 강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매번 그렇지는 않다. 가끔은 기분이 나쁠 때는 툭 내뱉기도 하고 날카롭게 날이 서기에. (나를 되돌아볼 때는 특히 그런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래도 이 책을 반복해서 읽었고 가끔 생각날 때 읽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는 내가 무심코 생각하지 않고 뱉은 말이 책 속의 한 에피소드가 되어 누군가에게 따뜻한 온도를 전해 줄 수 있도록 이 언어의 온도를 품어보고 싶기 때문이다.

 

‘화향백리’라는 말이 있듯 인향만리라는 말도 있다. 꽃의 향기는 백 리를 가지만 사람의 향기는 만 리를 간다는 뜻이다. 꽃보다 향기롭게 사람 냄새 물씬 나는 따뜻한 언어의 온도가 만 리 아니 그보다 더 멀리 퍼지길 바란다.

 


 

내 별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