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Underground>를 읽지는 않았지만 다루고 있는 것이 1편과 아예 시야가, 작가의 생각이 달라서 읽을 수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일본에서 일어난 유명하고도 끔찍한 사건인 1995년 도쿄 옴진리교 사린가스 살포 사건을 이 책을 통해 다루고 있다. 책은 사건 자체를 다루는 것이 아닌 사건의 피해자(1편)나 그 당시 옴진리교의 신자들을 사건 이후 인터뷰를 통해 그 인터뷰를 통해 기록하고 있는 기록 문학이다. 책에서는 옴진리교 신자 8명의 인터뷰를 담고 있는데 일반 신자에서부터 아사하라 쇼코 즉, 옴진리교를 이끄는 교주와 꽤 가까운 위치에 있었던 고위 관계자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다른 책들에 비해 상당히 이해하기도 어려웠고 그에 따라 읽는 시간도 오래 걸렸던 것 같다. 기록문학이라는 실제 사건에 관련하여 마치 역사책을 쓴 것처럼 다룬 문학도 이번에 이 책을 읽게 되어 처음 읽었던 지라 다소 생소하고 어려웠던 것 같다. 일반적으로 도쿄 지하철 사린가스 살포라고 하면 사이비 종교 단체인 옴진리교가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고 그로 인해 많은 사상자와 부상자가 생겨났다고는 알고 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여타 다른 큰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그 안의 세부적인 사항, 피해자들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심정이 어떤지, 피해자 관련 가족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종교 관련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런 사회의 허점(?), 이면감(?)등을 꼬집고 사람들에게 자세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쓴 책들이 바로 기록문학이고 나중에 내가 사는 사회에 큰일이 일어나게 된다면 단편적인 사회 보도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이 책과 같은 기록문학을 읽어보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약속된 장소에서는 거의 중립적인 시야에서 ‘과연 옴진리교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하는 의문에서 시작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종교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전에는 이런 사이비 컬트 종교를 믿는 것에 대해 전혀 이해할 수 없었고 믿는다는 것은 삶에 대한 의지가 약해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믿고 종교에 가게 된다고 생각했었다. 이제는 다른 생각이 추가되었다. 사회의 메인 시스템에서 어떠한 이유로든지 벗어나게 되어, 튕겨 나가게 된 사람들을 안전하게 받아줄 서브 시스템이 없는 사회적 근본 현상이 일조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람들은 현실의 혼란과 모순을 피해 자신의 정신적인 이상향을 그리고 있고 이를 따라갈 뿐이라고. 이는 그들에게는 올바른 방향성을 띠고 있는 것이라고 조금은 이해하는 입장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은 점은 있다.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악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기에 나는 컬트 종교를 믿지 않고 살아갈 것이라는 걸. 끝으로 내가 살아가고 있는 지역 사회, 광주에서는 이런 컬트 종교 중 하나인 ‘신천지’라는 것이 사람들의 영역에서 점점 확장되고 있다. 우스갯 소리로 내 대학 1, 2 학년 때는 우리 학교 인원의 1/3가량은 ‘신천지’다 라는 말이 있는데 대학가를 보면 설교하고 입회하는 사람이 많아서 실제로 그런 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착각이 든다. 이 말은 내 주변 사람들 중에도 신천지가 분명히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게 하는데 만약 그런 사람과 이야기를 하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믿지 않는 주장에서 책의 한 구절을 말해주고 싶다.
“현실이란 본래 혼란과 모순을 내포하고 성립되는 것이며, 혼란이나 모순을 배제해버리면 그것은 현실이 아니다. 그리고 교묘하게 현실의 일부를 배제했다고 믿어도, 그 현실은 반드시 어딘가에 잠복하고 있다가 복수한다고.”
내 별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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