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와 언어를 잇는 작업을 하고 있는 번역가 질은 자신의 거처에서 벗어나 이곳저곳을 떠돌며 여행도 다니고 자신의 영감과 작업의 동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 줄 공간을 찾고 있다. 그러던 중 책의 표현에 따르자면 ‘수백 개의 분홍빛 바위들이 수평선까지 점점이 흩어져 있고 그 바위들 사이로 온갖 형태의 돛배들이 미끄러져 가는 넓디넓은 청색 해원’(p.187)을 가진 섬을 방문하게 된다. 매력적인 섬사람들과 가까워지고 섬의 매력에 빠져들면서 꽤 오랫동안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러던 중 한 출판사에서 질에게 한 통의 편지와 거액의 금액이 보내어졌다. 편지의 내용은 간단, 한 저자의 책을 번역해 달라는 것이었다. 자신의 섬에서의 지금의 삶을 깨트리기 싫어 고민했지만, 자신의 생활비도 거의 떨어졌겠다, 금액에 혹한 번역가는 큰 살핌 없이 그 제안을 승낙해 버린다. 사실 이 책(통칭 에이다)은 질에게 처음으로 번역이 맡겨진 것이 아니었다. 책의 저자가 성격이 매우 까탈, 고집스럽고 괴랄해서 책의 번역가들에게 힘들게 하기로 유명했던 것! 즉, 이 책이 번역하기에 매우 힘든 책이고 심지어 그 기한도 출판사 측에서 곧 저자가 노벨문학상을 받을 것 같기에 그전까지 원고를 완성해 달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이 사실도 모른 체 열심히 번역해보려고 하였지만, 생각대로 번역이 잘 되지도 않고 자신의 삶이 흐트러지기에(정신적 고통도…) 흐지부지하게 되어버린다. 그렇게 시간을 보낸 것이 3년 5개월이 지났다. 그 기간 도중 어르고 달래기도 하고 협박도 하며 여러 우편을 보냈지만 거의 다 답변을 보내지 않고 잠적해버렸다. 에이다와의 긴 인연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할 때가 생기게 되었다. 새로운 친구(?), 반연인(?)인 생텍쥐베리 여사를 만나면서였다. 그녀는 특유의 리더쉽과 행동력으로 지역의 특색인 소수 고유언어의 아름답고 고급짐의 밀집을 이용하여 지역의 사람들을 아마추어 번역가로 임명하고 그들을 모아 번역의 활기를 불어넣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도움이 매우 효과적이었지만 바캉스 기간 한정이라는 시간적 제한에 따라 큰 나아감은 없었다. 시간은 지나 출판사 측도 마냥 기다릴 수 없는 시기가 되었고 그에 따라 편집자를 직접 섬에 보내기까지 하여 재촉을 가하였다. 번역에 박차를 가하던 중 아마추어 수신기를 이용해 전 세계의 아마추어 번역가들과 송수신을 하게 되었고 이에 속도가 더욱 난 작업은 결국 두 해의 바캉스를 보내고 나서야 풍파가 심한 배와 함께 에이다를 떠나보내며 다행히 마감일 안에 마무리하게 된다.
두 해 여름의 번역 소동은 에릭 오르세나가 젊은 시절에 직접 겪은 일화를 배경으로 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풍경의 그림이 매우 현실적이고 아름답게 상상할 수 있었다. 프랑스 소설이라 인칭과 지칭을 이해함에는 매우 어려웠지만, 번역가들의 번역과정들이 재미있었고 짤막한 소개들 속에는 그 지역만의 세시풍속과 문화들을 상상해 볼 수 있어 좋았다.
내 별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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