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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책> 빽넘버 - 임선경

주인공인 ‘이원영’은 굿 헬프 서비스라는 곳에서 헬퍼를 하고 있다. 심부름센터 느낌의 직장(?), 더 확장된 느낌의 직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돈을 잘 버는 직장은 아니지만, 돈이 큰 인생의 비중이 아닌 주인공은 남는 시간에 하는 느낌으로 이 일을 하고 있다. 그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등에 보이는 숫자, 각각의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특별한 숫자. 숫자는 등에 쓰여 있다는 느낌보다 등에 비쳐 보인다고 하는 게 맞다고 한다. 초록색의 숫자 그 빽넘버가 의미하고 있는 것은 바로 사람의 수명. 이 책의 주인공인 이원영이 어떻게 해서, 어떻게 되어서 이런 능력을 얻었는지와, 이 능력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갔는지. 사람의 수명과 죽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는지, 그리고 이 능력과 관련된 어떤 슬픈(?), 어쩔 수 없는(?) 사건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약 5년 전쯤, 고모할머니가 돌아가셔서 급히 가족과 함께 먼 곳으로 밤길을 떠난다. 가던 중 뜻밖의 사고를 당한다. 다가오는 대형 트럭, 전소된 차량, 사망한 부모님, 사지 멀쩡한 곳 없이 병원에 가만히 누워있을 수밖에 없는 주인공. 이것이 사고의 모습과 결과였다. 병원에, 중환자실에서 얼마간 지내다가 그는 처음으로 빽넘버와 마주한다. 중환자실 할머니의 등 뒤에서 본 빨간색의 숫자(한자리) 그렇게 몇 번을 확인한 뒤 그는 이 숫자가 그 사람이 앞으로 살아갈 남은 일수라는 것을 알아낸다. 이후 상태가 호전되어 대부분 할머님과 할아버님들만 계시는 재활병원으로 생활을 옮기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빽넘버가 주로 세 자리인 할머님들과 할아버님들과 함께 생활하게 된다. 그곳에서 재활 치료를 받으며 삶의 의미나 소중함을 깨달으며 무려 5년이라는 세월을 보낸다. 사회로 나온 주인공은 예전 따뜻해만 보였던 사회와는 달리 각박하고 삭막해진 세상에서 겸손하고 소박하게 잘 살아가려 한다. 이런저런 죽음의 의미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하며 살아가던 도중 뜻밖의 인물과 만나게 된다. 어느 교통사고 현장, 딱 봐도 일반인 같지 않은 올블랙의 복장에 어딘가 사람을 데려가려 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 2명이 서 있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갑자기 빽넘버가 빨갛게 바뀌며 0을 다가가는 상황에서 아니면 다른 사고 현장에서 그들을 반복해서 만나며 그들의 정체가 저승사자 들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이후 자신들의 영업에 방해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다가 우연히 자신의 사고와 관련된 이야기를 듣고 머리가 복잡해진다. 사고가 나기 전 가족들은 잠시 휴게소에 들러 화장실도 가고 쉬어가려 했다. 그곳에는 가족을 제외하고 어느 커플의 차량이 한 대 더 있었다. 저승사자는 원래 그 커플의 빽넘버가 빨게 죽을 운명이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커플이 예정대로 사고가 나게끔 차량을 출발시키지 않고 오래 대기해서 그 결과 두 명의 죽음을 맞이했어야 하는 저승사자의 입장에서 주인공의 엄마, 아빠를 데려갔었던 것! 즉, 커플 중 한 명은 빽넘버를 볼 수 있는 사람이었고 이로 인해 운명이 바뀌게 된 것. 이를 안 주인공 이원영은 처음에는 그 남자를 찾아서 복수하려 한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죽음에 관해 오래 생각해온 주인공은 이내 순응적인 태도를 취하며 원래 살아가려 했던 대로 세상에 겸손하고 소박하게 잘 살아가려 한다.

 


 

느낀 점 : 이 책은 표지만 봐도 언뜻 주제를 유추할 수 있듯이 그만큼 쉽고, 예상되게 술술 읽어갔다. 인간의 수명에 대해 그리고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 겪으며 나 또한 삶의 의미를 어떻게 부여하고 어떤 태도를 취하여 살아가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후반에 저승사자의 등장은 뜬금없었다고 생각하지만, 그걸 통해 자연스레 이어진 주인공의 문제 상황을 받아들이는 수용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는 배워 살아가면 좋을 것 같다.

 


 

내 별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