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조금 읽어보아 왔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장르는 또 처음인 것 같다. 색다른 기록인 기록 문학에 이어 이번에는 주류 문학이라는 장르의 책을 읽었다. 책 속에는 총 6개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 상황에 따른 주류도 나오고 삶의 의미성 또한 담고 있다. 책의 전체적인 느낌은 몽환 소설에 가까워 읽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첫 번째 이야기인 ‘중국식 룰렛’은 K의 술집에서 나와 게임에 초대된 두 사람 아르마니와 중년 남자 그리고 K까지 네 사람이 게임을 통해 서로 얽힌 운명과 또 자신의 삶에 대해 풀어가는 이야기이다. 읽는 동안 해설에 나와 있는 것처럼 심오히 진실과 거짓 등을 표현함에 있어서는 많이 눈치채지는 못했지만 대신 느꼈던 건 분위기가 매우 외국적이고 늦은 밤 술집에서의 한 잔이 떠올랐다.
두 번째 이야기, ‘장미의 왕자’는 스쳐 가는 그저 스쳐 가는 두 남녀의 우연적인 만남의 시작점이 될 수 있는 포인트에서의 각자의 생각들을 풀어낸다. 이야기를 읽을 때 많이 난해하고 모호한 부분들이 많아서 읽는 장면에서의 서로의 아픔, 생각들만 느끼고 만남에 관한 통달은 생각하지 못했다.
세 번째 이야기인 ‘대용품’은 어린 시절 단짝 친구를 사고로 잃고 자신을 “조명이 꺼졌을 때는 대용품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세상을 밝히지는 못하는 존재”로 여기는 소년이 성장해서는 사회 속에서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이야기는 씁쓸함이 많이 느껴졌었는데 사회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사람마다 다 정해진 자리가 있고”, “그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표현한 대목 그리고 그런 것들이 주인공이 해왔던 위선이 아닌 삶의 최소한의 분량이라는 해설에서 그러함이 느껴졌다.
네 번째 이야기, ‘불연속선’은 바로 위의 소년과 비슷하게 미니멀 라이프를 살아오는 한 남자(사진작가)가 공항에서 캐리어가 바뀌는 자신의 가느다란 연속선을 끊어버리는 불연속선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를 그려낸 이야기다. 불연속적인 것처럼 보여도 크게는, 시간의 흐름에서 멀리 본다면 이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긍정감을 갖고 읽었던 이야기 같다.
다섯 번째 이야기, ‘별의 동굴’ 또한 규칙적이고 단축, 축소적인 삶을 살았던 남자가 자신의 사회적, 내면적, 육체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기 삶의 울타리를 조금 더 안쪽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자기 삶의 진실이라고 믿었던 허영인 수많은 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그가 이후 자신을 통찰하고서 어떤 삶을 나아갈 수 있을지를 상상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이다. 나도 혹시 무언가를 통해 규정하고 허영하지 않는 지를 생각한다면 나중의 삶의 문제에 직면하게 됐을 때 좀 더 수월하게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 이야기인 ‘정화의 밤’은 성가대에서 만난 젬마, 요셉 그리고 아들 다니엘이 그들의 결혼에 정화라는 의미를 어떻게 부여하는지. 즉, 각자 자신의 원하고 생각하는 대로 세계를 통찰하고 인지할 수 있는 쉬움과 약간의 허무성을 들어낸다.
느낀 점 : 여섯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런 종류의 글을 읽기 어려움에 대해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더 읽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건 읽으면서 느껴지는 술 냄새라던가 어른의 향기 그리고 그와 함께 골똘히 생각하게 되는 인생의 의미, 여타 철학적, 일상적 관념들이 나에게 주는 의미적 시간이 편안하기도 하고 매력적인 시간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 독후, 생각이 어려웠지만, 저자의 말에서
“더 좋아진다는 뜻이겠지?”
라는 부분이 어떻게든 긍정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끔 하였다.
내 별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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